KFTC LIFE

나의 한계를 시험하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글/사진. 오픈플랫폼개발팀 고태영 과장

벅차오르는 숨, 터질 것 같은 폐,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 고양된 기분.
나와의 싸움이라고도 불리는 마라톤 풀코스를 도전해봤습니다. 읽으며 함께 달리는듯한 기분을 느껴주세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 에밀 자토펙(체코의 육상 영웅이자, 민주화 운동가)


  • 첫발을 내딛는 순간

  •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019년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5km도 제대로 달리지 못했지만, 운동 삼아 조금씩 달리다 보니 어느새 10km를 완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가 진 저녁, 양재천에서 처음으로 10km를 쉬지 않고 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날의 성취감은 매우 뿌듯했지만, 며칠 동안 다리가 아파 절뚝거리며 지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겠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길게만 느껴졌던 레일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23년 봄입니다. 많이 달리진 않았지만 꾸준히 달린 덕분에, 우연히 참가한 대회에서 10km를 50분 안에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10km를 50분 안에 완주하며 스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포츠 전용 스마트 워치도 구입하며 러닝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 처음으로 10km 50분 이내로 들어온 대회 기록

    • 스포츠 전용 스마트 워치, ‘가민 Forerunner 265’

  • 달리기는
    동적인 명상

  • 이 시점부터 달리기가 점점 즐거워졌습니다. 처음으로 한 달에 200km 이상 달리기도 했습니다. 주로 달리던 강변뿐만 아니라 운동장 트랙에서도 포인트 훈련을 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달리기를 즐겼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잠깐 시간을 내어 새로운 곳을 달려보는 등 점차 달리기의 재미에 매료되었습니다.

    • 운동장 트랙에서의 포인트 훈련

    • 달릴수록 늘어나는 러닝화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中


    달리기와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은 일종의 명상 효과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는 ‘동적 명상’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저는 조깅 페이스로 가볍게 달릴 때 종종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퇴근 후에 달리면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 없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호흡, 발걸음, 주변 자연환경 등에 빠져들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며 더더욱 달리기에 심취하게 됐습니다.

  • 하루하루 더 멀리

  • 이처럼 달리기에 빠져 자주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났습니다. 대회 때 겨우 완주했던 10km는 이제 평소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되었고, 느린 페이스부터 서서히 최장 거리를 늘려나갔습니다. 이 무렵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2023 서울 달리기’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서울 달리기는 서울의 중심을 달리는 코스로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 청와대, 숭례문을 지나 청계천을 거쳐 무교로에 골인하는 코스입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서울 도심을 재미있게 달렸습니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니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마라톤 풀코스도 감히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024년 3월 서울 동아 마라톤을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2023 서울 달리기 하프 마라톤 기록과 인증 사진

    호기롭게 도전한 풀코스지만 역시나 훈련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풀코스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거리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합니다. 이 훈련은 말 그대로 긴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것입니다. 풀코스를 준비하면 보통 32km로 LSD 훈련을 합니다. 32km 이상 달리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고갈이라는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와 관련 있습니다. 달리기에서 사용하는 주된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을 통해 얻어지는 글리코겐입니다. 신체는 글리코겐을 약 2,000kcal에 해당하는 양만큼 저장할 수 있지만, 마라톤 풀코스에서 필요한 칼로리는 약 2,500kcal라고 합니다. 마라톤에서 에너지 고갈은 32km 지점에서 필연적이라 LSD 훈련을 통해 장거리에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고갈 상태를 자주 경험하여 에너지 저장 탱크를 늘리고 체내에 축적된 지방 등의 타 에너지원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는 목적도 있습니다. 에너지 고갈을 체험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경험입니다. 달리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에너지 고갈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몸의 연료가 다 떨어져 여러 가지 일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 같은 기분이 든다.”


    LSD 장거리 훈련

    저도 처음 장거리 훈련을 할 때 후반부에 너무 힘이 들고 배가 고파 중간에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힘든 훈련이었지만 몇 번 반복하니 장거리에도 익숙해지고, 풀코스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대회 한 달 전쯤 풀코스 대회 준비용 32.195km 레이스에 참가하여 풀코스 대회 기록을 예측해보기도 했습니다. 32km 대회에서 km당 4분 40초 페이스로 무리 없이 달린 것 같아 풀코스도 같은 페이스로 달리다 후반에 조금 퍼질 것까지 고려하면 3시간 20분 안에 완주할 수 있겠다는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풀코스 연습용 32km 대회

  • 42.195km

  • 2024년 3월 17일, 드디어 풀코스 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자주 참가하는 대회였지만 풀코스는 처음이라 많이 긴장되었고, 대회장 분위기도 왠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서울 동아 마라톤은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청계천 순환 후 잠실 종합운동장에 이르는 코스입니다. 초반 5km는 목표 페이스보다 느리게 시작해 천천히 페이스를 올렸습니다. 서울 도심을 구경하며 가볍게 달렸습니다. 5km 이후부터 완주까지는 목표한 페이스로 일정하게 달리는 것이 계획이었습니다.

    풀코스 마라톤 전날 준비물을 점검하며

    그러나 30km 가까이 달리자 갑자기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같은 페이스로 32km까지 달린 경험이 있었지만, 컨디션 때문인지 42km까지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냥 걸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달린 게 아깝기도 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마지막 5km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기계처럼 달릴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골인 지점이 보였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결국 완주했습니다.

    드디어 완주한 마라톤 풀코스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드디어 고통이 끝났다는 해방감이었고, 곧이어 완주했다는 벅찬 성취감이 찾아왔습니다. 목표한 기록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지만,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나의 도전

    러닝 용어 중 PB(Personal Best, 개인 최고 기록)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회에서 엘리트 선수들에겐 순위가 중요하겠지만, 취미 러너 입장에선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나와의 싸움이 더 중요합니다. 마치 과거의 나보다 더 성장했다는 의미로 PB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리기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원 내에 달리기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부상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달리시길 응원합니다.

    그동안 대회 참가하며 모은 메달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가장 밑바닥부터 몸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긴 거리를 달린 만큼,
    결과적으로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