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2

15년 만의 재결합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영국 여행


지난 2024년 8월 27일, 90년대 영국의 브릿팝 열풍을 선도했던 밴드 ‘오아시스’가 2009년 해체 이후 15년 만에 재결합을 선언했습니다.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재결합 투어의 첫째 날, 그 생생한 열기를 느끼기 위해 영국에 다녀왔습니다.
어려웠던 티케팅과 10달의 기다림, 그리고 실제 콘서트 관람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특별했던 경험을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글과 사진, 커뮤니케이션실 최찬울 계장

15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형제의 갈등🤝

1994년 4월 데뷔한 오아시스는 해체할 때까지 노엘 갤러거(형)와 리암 갤러거(동생) 형제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교체되는 여러 변천사를 겪었습니다.

오아시스 데뷔 당시의 멤버 (출처:RollingStone)
오아시스 해체 당시의 멤버 (출처:musicradar)
감격스러웠던 콘서트 소식
오아시스 콘서트 예고

해체 이후 갤러거 형제는 개인적인 연락이나 교류를 완전히 끊고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차례 재결합설이 돌았지만, 노엘은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될 때마다 날카롭게 반응하거나 아예 답변하지 않으며 재결합설을 일축했습니다.
(말썽꾸러기 동생 리암은 트위터로 재결합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종종 업로드 하면서 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4년 8월 28일 새벽 (영국 기준으로는 8월 27일 저녁), 오아시스와 갤러거 형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의 재결합 투어 소식을 담은 게시글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이때 새벽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가 소름이 쫙 돋으며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던 기억이 나네요···.

치열했던 🎫티케팅 도전

재결합의 기쁨을 만끽한 것도 잠시··· 난해한 티케팅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1. 1차 난관

    8월 31일(토) 오후 5시에 ‘티켓마스터’라는 사이트에서 예매해야 했는데요, 이날 노동조합에서 주최해 주신 이벤트로 입사 동기들과의 글램핑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2. 2차 난관

    5시 전에 도착해서 마음을 경건하게 먹고 티케팅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휴게소에 잠깐 정차해서 티케팅 대기열 진입을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의 티케팅
    성공을 예감한 순간

    다시 글램핑 장소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동기들이 오아시스 노래를 틀며 기를 넣어주고 노트북을 섬세하게 케어해 준(?) 덕분에 전 세계에서 33,922번째로 대기열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예정된 14번의 공연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됐기 때문에 사실 대기열 순위를 본 순간 감이 왔습니다. (이거 됐구나···.)

  3. 3차 난관

    이때부터는 정말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대기열이 줄어드는 속도가 정말 정말 느려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도, 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계속 화면이 꺼지지 않게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대기열에 진입한 지 3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제 차례가 다가왔고 저는 바로 카드를 꺼내 준비했습니다.

    티케팅 대기 중
    접속 직전, 긴장되던 순간
  4. 성공!

    그리고 마침내··· 2025년 7월 4일, 카디프에서 열리는 재결합 투어의 첫째 날 티켓을 쟁취했습니다.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티케팅 성공의 여운과 함께, 남은 바비큐를 즐기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본인들 일처럼 진심으로 응원하고 도와줬던 시은, 현지, 서유, 은정 계장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티켓 결제 완료
    한층 더 맛있었던 바비큐

갤러거 형제의 고향, 맨체스터로 떠나다

이후 10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제 팬심은 점점 커졌습니다.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실제로 공연장에 가기 전에 그들이 전성기 시절을 보냈던 지역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홀로 오아시스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공연 이틀 전인 7월 2일, 맨체스터에 도착했습니다.

노란 버스
붉은 건물

축구와 산업의 도시 맨체스터

맨체스터는 영국 내 산업 혁명이 시작된 도시로, ‘일벌 (Working Bee)’이 도시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맨체스터 내 교통수단을 ‘Bee Network’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이 강하다고 합니다. 일벌이 그려진 노란 버스와 붉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Burnage
    Sifters Records

    제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갤러거 형제가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인 ‘Burnage’🏡입니다.
    그 마을에서 오아시스의 1집 수록곡 뮤비에 등장한 음반 가게인 ‘Sifters Records’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가게 주인인 ‘시프터’ 씨는 오아시스 다큐멘터리에도 몇 차례 등장하셔서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가게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Fog Lane Park

    음반 가게 바로 옆에 있는 ‘Fog Lane Park’🌳도 <Shakermaker> 뮤비에 등장한 장소인데요, 실제로 갤러거 형제가 어린 시절 많이 뛰어놀던 공원이라고 합니다!
    정말 넓은 잔디밭에서 축구 연습을 하는 영국 축구 꿈나무들의 모습도 구경하고, 오아시스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누워 있다가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 📍Etihad Stadium
    구장 바깥
    구장 안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미팅

    갤러거 형제는 맨체스터를 연고지로 하는 축구 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으로도 정말 유명한데요. 공연 전날인 7월 3일,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투어를 위해 ‘Etihad Stadium’을 찾아갔습니다. 사실 혼자 낯선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투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가이드분께서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고, 구단과 관련된 오아시스 일화도 많이 얘기해 주셔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일 중인 유니폼
    유니폼에 새겨진 노엘 갤러거의 이름

    그리고 구단 스토어에 가 보니 노엘 갤러거가 디자인에 참여한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비롯해 여러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 유니폼은··· 인기가 없었는지 60% 세일 표시가 붙어 있어서 기념으로 하나 구매했습니다!

  • 📍이어지는 덕후투어
    노엘 갤러거의 집
    Johnny Roadhouse Music
    <The Masterplan> MV 촬영지
    The Boardwalk
    첫 라이브 공연 장소

    맨체스터 시내의 여러 스팟들을 추가로 둘러본 후, 오아시스 팬 스토어를 방문했습니다.
    이번 재결합 투어를 기념해 오아시스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예약해 두어 수월했습니다.

    오아시스 팬 스토어
    콜라보레이션 티셔츠
    합리적인 소비의 결과

    너무 예쁜 옷과 굿즈들이 많아서 정말 참기 힘들더라구요···. 한국에서 샀으면 훨씬 비쌌으리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합리적인 소비(옷, 키링, 위스키잔, LP···)를 했습니다.

  • 📍다시 Sifters Records
    열린 문
    인자한 미소의 ‘시프터’ 씨

    이대로 맨체스터에서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기는 아쉽다는 생각에, 전날 문이 닫혀 있었던 ‘Sifters Records’💿를 다시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봤더니 문이 열려 있었고!! 마침내 ‘시프터’씨를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가게에 손님이 거의 없어서 갤러거 형제가 어릴 때 그렇게 말썽쟁이였는지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었는데 나쁜 남자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진짜 빵 터졌습니다···.)
    매장에서 오아시스 CD 몇 장을 발견해서 기분 좋게 구매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드디어 콘서트 당일

공연 전 카디프의 분위기

콘서트 당일 아침, 저는 맨체스터에서 카디프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3시간 정도 이동하는 기차 안이 금방 오아시스 팬들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설레고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아시스가 무대에 올라오는 시각은 저녁 8시였지만 제가 도착한 낮 12시부터 카디프의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팬들은 길거리에 늘어선 펍들에서 떼창을 했고, 정말 많은 방송사 카메라들이 보였습니다.

공연장 내부
리암 갤러거와 노엘 갤러거
(출처: 오아시스 공식 인스타그램)

카디프의 ‘Principality Stadium’은 7만 명이 넘는 팬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6년 만에 두 사람이 함께 등장했습니다. 제 자리는 2층 좌석이라 가까이에서 직접 눈에 담지 못한 게 너무 아쉽지만, 그토록 서로를 경멸하던 그들이 손을 잡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함께하고 1999년 탈퇴했던 기타리스트 본헤드(폴 아서스)도 같이 등장한 게 엄청난 감동 포인트였습니다.)

“Because we need each other, we believe in one another.”

<Acquiesce>

재결합 투어를 앞두고 그들이 어떤 노래를 첫 곡으로 선정할지 많은 팬들이 궁금해했는데요, 저는 <Acquiesce>라는 노래를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오아시스 노래 중에 정말 몇 안 되는) 노엘과 리암이 함께 부른 노래이고, 가사가 두 사람의 형제애를 표현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첫 번째 곡은 그동안의 라이브 공연에서 거의 항상 오프닝을 차지했던 <Hello>였고, 두 번째 곡으로 <Acquiesce>가 흘러나왔습니다···(전율).
이를 포함해 거의 2시간 가량에 걸쳐 23곡의 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체감은 20분도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콘서트의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으니,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곡들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보겠습니다!

<Don’t Look Back in Anger> 2

<Little by Little>

<Don’t Look Back in Anger> 1

모두가 행복한 시간

부모님 세대를 열광케 했던 밴드를 10대 자녀들이 함께 좋아하고, 그 분위기와 음악을 같이 즐기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서로 무대 영상을 찍을 때는 잠시 흥을 참아 주고, 공연을 즐기는 서로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주기도 하며 공연장의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이클과 친구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제 옆자리에 앉았던 마이클이라는 친구랑 서로의 소감을 주고받으며 안전하게 공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시작된 길거리에서의 떼창으로 카디프의 밤은 무르익어갔습니다.

🏝️마치며

먼 나라의 이미 해체한 밴드를 좋아하던 팬으로서 현지에서 재결합 공연을 본다는 건 정말 기쁘고 설레는 일이었지만,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혼자 떠났기 때문에 제가 느낀 감정과 그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와 공연장 곳곳에서 만난 오아시스 팬들끼리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공연이 끝난 후의 여운을 함께 느끼는 문화와 분위기 덕분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인연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투어일정

재결합 발표 당시만 해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만 진행될 예정이었던 오아시스의 live’25 투어는 사실상 월드 투어가 되었습니다···!! 10월 21일에는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내한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영국에서만 하는 줄 알고 그 비싼 돈을···.) 그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이번 투어로만 끝나지 않길 바라며,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길 바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