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변화는 법의 해석 및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산업 구조의 전환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를 바꾸어 왔고, 이에 따라 민법 역시 여러 차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개정되었습니다. 1990년 아들과 딸의 상속분을 동일하게 한 개정에서부터, 동성동본 금혼 규정 폐지, 호주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민법, 특히 가족법(민법 중 친족, 상속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왔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제도’에 관하여 내린 판결 또한 가족법 영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유류분제도’의 개념과 논의의 배경,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내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법률 뉴스레터 11편
글, 법무실 임가회 계장
1. 유류분제도의 개관
민법은 사유재산제도를 기초로 하여,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유언을 통해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언에 따른 재산 처분을 무제한으로 허용할 경우, 배우자나 자녀가 상속 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전 재산을 제3자에게 증여 및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을 남긴 경우, 배우자나 자녀는 어떠한 재산도 상속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민법은 ‘유류분제도’를 두어 유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피상속인 사후에 배우자와 일정 범위의 친족이 최소한의 부양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상속인들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및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류분제도’란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상속재산 처분권에 우선하여 법적으로 보호되는 최소한의 상속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제1112조부터 제1118조까지, 7개의 조항에서 유류분권 및 유류분반환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2. 논의의 배경
유류분제도는 권리자인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약하고 수증자 및 수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1977년 도입 당시에는, 농경 사회에서 대가족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노동을 함께 하며 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하는 ‘가산(家産)’제도가 존재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산에 대한 가족의 기여, 가족 간의 연대 유지 등을 이유로 정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사회구조가 산업화·정보화 사회로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부모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핵가족 형태가 일반화되는 등 가족의 범위와 의미가 달라졌으며, 가산의 관념과 재산의 형성 및 관리 관행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결과 유류분제도가 여전히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정당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류분제도의 위헌을 주장하는 14건의 위헌제청 사건과 33건의 헌법소원 사건이 제기되었고, 헌법재판소는 이들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를 진행하였습니다.
3. 주요 쟁점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제도 자체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각 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4. 민법 개정 진행 현황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국회에는 유류분 제도 개편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 중입니다. 공통적으로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여 유류분 산정의 형평성을 높이고, ‘상속권 및 유류분 상실선고제도’를 도입하여 상속인이 될 자가 부양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상속인이나 그 친족이 가정법원에 해당 상속인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상속권·유류분 간의 법리적 충돌 우려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무부는 유류분 조항만을 개정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기여 인정의 요건과 방식, 유류분 상실의 요건, 그리고 다른 상속인의 형평성 문제까지 포괄하는 상속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5. 맺음말
유류분제도는 오랫동안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조율하는 장치로 기능해왔습니다. 그러나 사회 및 경제 구조가 바뀌며 가족의 관념과 형태가 달라진 만큼,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변화한 사회구조와 가족의 형태를 충분히 반영한 민법 개정이 이루어져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인 간 분쟁이나 불합리한 결과가 최소화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