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희로애락도 락이다
: 락알못의 락페 입문기


올해 초, 또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뭘 해도 심심하고, 그렇다고 해외여행 가자니 계획 짜는 거부터 귀찮고··· 마냥 지루해하는 저에게 친구 중 한 명이 "그럼 락페 가서 흔들면 되겠네~"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나 락 하나도 모르는데?”라고 하니 "클래식 빼면 다 락이야."라는 답이 돌아와서, 그날 냅다 락페스티벌 티켓을 끊었습니다···!

글과 사진, 인력개발팀 임혜수 대리

🎸 락페스티벌이란?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클래식 빼면 다 락'이라는 말은 조금 과장된(?) 표현인 것 같습니다.락(Rock)은 일렉기타 사운드와 드럼 비트를 통해 젊음과 저항 정신을 표현하는 음악 장르로, 중심 악기나 문화적 태도 측면에서 팝이나 재즈와는 분명히 다른 음악입니다.
그러나 다른 장르와 섞이면서 락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특히 요즘 락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음악 외에도 다른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에 '락알못'도 부담 없이 놀러 갈 수 있습니다.

펜타포트 물대포 (출처 : 조선일보)
부산국제락페스티벌

대표적인 국내 락페스티벌로는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과 부산국제락페스티벌 등이 있고, 해외에서는 글래스톤베리(영국), 후지락(일본), 롤라팔루자(미국) 등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보통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로 입문을 많이 하는데, 8월의 불볕더위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 큰 진입장벽입니다. 저도 펜타포트를 가볼까 고민했는데, 작년에 다녀온 친구가 "물대포를 맞아도 맞아도 너무 더워죽겠고 그저 바지를 벗고 싶었다!"는 후기를 남겨서 빠르게 포기했습니다.ㅎ_ㅎ
가을에 하는 부산락페를 기다리기엔 마음이 급해서, 여름 락페 중 비교적 시원한 곳을 찾다가 일본의 후지락페스티벌을 인생 첫 락페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후지락페스티벌

후지락페스티벌은 199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일본 후지산 자락의 스키 리조트에서 매년 7월 말에 3일간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락페스티벌입니다.
유명하고 규모가 커서 라인업이 화려하고, 산속에서 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고, 페스티벌 사이트(공간)가 매우 넓어서 쾌적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1일권 기준 24만 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며··· 그와 함께 매우 크리티컬한 단점이 있는데, 캠핑을 하지 않으면 숙소를 잡기가 매우 매우 힘들다는 점입니다.ㅠㅠ

페스티벌이 열리는 지역이 일본 산촌이라 애초에 숙박 시설이 많지 않고, 특히 페스티벌 기간은 극성수기라 개별 화장실마저 없는 작은 다다미방 하나의 1박 가격이 90만 원에 달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일본어로 전화 예약을 해야 합니다. 저와 친구는 캠핑은 따라만 가봤고, 일본어도 하나도 모르는 데다 저희가 알아본 시점에는 저 다다미방마저 예약이 다 차서… 그렇게 강제로 당일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 사전 준비

  • 예약 (항공, 도쿄 숙소 제외)
    • - 페스티벌 티켓 (1일권 25만 원)
    • - 신칸센 티켓 (편도 7만 원)
    • - 야간버스 티켓 (편도 13만 원)
  • 필수 준비물
    • - 의류 (운동복 재질, 바람막이 등)
    • - 신발 (양말+샌들 or 등산화)
    • - 모자 (농부st)
    • - 가방 (트레일러닝용 백팩 등)
    • - 선글라스, 쿨토시
    • - 캠핑용의자, 돗자리
    • - 보조배터리
    • - 쿨링 티슈

후지락페스티벌 당일치기 기준으로 준비했던 것들인데요. 가을에 부산락페스티벌에 갔을 때도 준비물은 거의 비슷하게 챙겨갔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산락페는 의자 금지라 제외)
보통 공식 굿즈로 나온 티셔츠나 운동복 재질의 옷을 많이 입는데, 그냥 농부처럼 입고 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후지락페스티벌은 장소가 산속이라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밤에 기온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발수 기능이 있는 바람막이를 꼭 챙겨 가는 걸 추천 드립니다.
또 페스티벌 전에 주최 측이나 락 고수들이 스포티파이 등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 주니, 미리 열심히 듣고 가는 게 좋습니다. 사실 안 들어도 되기는 하지만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훨씬 재밌게 놀 수 있어요!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물은 체력인데요. 어느 락페를 가든 하루에 기본 3만 보 이상은 걷기 때문에 미리미리 체력을 키워놓아야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ㅎ_ㅎ

연경킴 유니폼을 입은 칭구
부산락페스티벌 공굿 티셔츠

🎸 후지락페스티벌 가는 길

KEEN의 후지락페스티벌 에디션 샌들
셔틀버스 티켓은 현금 또는 스이카로 결제 가능
후지락페스티벌 가는 버스 안

페스티벌 당일 아침 일찍 우에노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역에서 몽벨, 킨 등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어서 혹시 빼먹은 준비물이 있다면 여기서 사도 됩니다. 구경하다가 저 지갑을 충동구매했는데··· 수납력이 꽤 좋아서 락페 갈 때 유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_+
페스티벌 장소까지는 에치고유자와역에서 다시 30분 정도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산길이라 풍경도 예쁘고 버스에서 틀어주는 작년 페스티벌 영상을 보다 보면 금방 도착합니다.

입구에서 후지락페스티벌의 상징 중 하나인 바위(곤쨩)도 구경하고, 애타게 찾던 콜라보 굿즈도 샀습니다. 양말은 고민하다가 하나만 샀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너무 좋고 러닝하거나 락페갈 때 신기 딱이어서 친구와 더 사 올 걸 그랬다고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꼭 사 오세요!

페스티벌 사이트 곳곳에 숨어있는 곤쨩
패밀리마트 콜라보 굿즈

🎸 페스티벌 사이트(공간) 맛보기

락페스티벌은 보통 여러 개의 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되기에,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는 무대 앞으로 가면 됩니다. 후지락페스티벌에는 총 13개의 무대가 있는데, 주요 공연들은 주로 3~4개 무대에서 진행됩니다. 장소가 엄청나게 넓다 보니 다른 무대로 이동할 때 꽤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용 앱으로 무대별 공연 시간표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번 이동할 때 길게는 2~30분씩 걷다 보니 체력 소모가 크긴 했지만, 대자연 러버로서 눈에 닿는 모든 곳이 초록초록해서 너무 좋았고, 꾸며놓은 스팟들이 다 귀여워서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가족 단위로도 많이 와서 아이들 놀이터가 따로 있었는데, 비눗방울 +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꿈 같아서 친구와 “여기가 진정 유사 천국이다.”라는 감상을 나눴습니다.

락 조기교육 중인 아기들
숲속 유령 존

🎸 오믈렛 맛집 후지락

후지락페스티벌의 꽃은 음식이라는 후기를 많이 봤지만, ’푸드트럭 음식이 뭐 얼마나 맛있겠나‘ 싶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너무 맛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나폴리탄, 오믈렛, 타마고산도 등을 파는데 솔직히 도쿄에서 먹은 웬만한 음식보다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여기서 먹은 오믈렛과 타마고산도를 잊을 수가 없어서 한국에서 다시 먹어봤는데 그 맛이 안 나더라구요.

참고로 음식을 받을 때 줄 마지막에 선 사람이 그 식당의 팻말을 들고 있어야 하는 다소 귀여운 풍습이 있습니다. 제 친구는 이걸 모르고 앞사람이 팻말을 건네줄 때 “왜 나한테 이걸 주는 거야···?”라고 해서 초보인 걸 들켰습니다. 후지락 고인물처럼 보이고 싶다면 기억하시길···☆

오믈렛 장인의 손길

퐁신퐁신했던 오믈렛
아이스크림 소다
하루종일 바글바글

🎸 주요 무대 후기

  • 실리카겔(한국 인디락 밴드)

    흔들흔들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내 취향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히 라이브로 들으니 밴드 사운드도 너무 좋고 음향이 짱짱해서 훨씬 좋았습니다! 별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밥 먹으면서 봤는데, 이날 이후로 갑자기 실리카겔(특히 김한주)에 치여서 한동안 라이브 영상을 계속 돌려봤습니다···❤

  • Royel Otis(호주 인디 락 듀오)

    골져쓰한 노을···❤

    낭만 잠자리

    일몰 시간대의 공연은 노을 버프를 받아서 낭만이 치사량을 초과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무대가 딱 그랬습니다! ’The cranberries‘의 <Linger>을 부를 때는 올해 가장 꿈 같았던 순간 중 하나였고, 무대 중간에 후지락페스티벌의 상징 중 하나인 잠자리가 누군가의 손가락에 가만히 앉았는데 이것마저 너무 낭만적이었습니다.❤

  • Little Simz(영국 힙합 아티스트)

    대단한 인구 밀도와 얌전한 사람들

    요새 가장 핫한 힙합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하는데, 노래도 랩도 너무 쫀득하게 잘하고 멋있었습니다. 근데 이때가 메인 공연 직전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다들 너무 얌전하게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부대끼는 게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 양문학(일본 3인조 락 밴드)

    쏘 귀염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OST를 불러서 인지도가 높아진 밴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너무 지쳐서 앉아 있다가 영상을 찍었는데, 뒤에 앉은 외국인들이 자꾸 카메라 의식하면서 더 신나게 놀아서 웃기고 귀여웠습니다.ㅎ.ㅎ

  • HAIM(미국 3인조 자매 락 밴드)

    나도 언니줘. ㅠㅠ

    여름이었다···☆

    사실 후지락페스티벌에 온 목적은 HAIM이었습니다!+_+ 예정보다 거의 30분을 늦게 시작해서 조금 짜증이 날 뻔했지만 무대를 보고 아쉬운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여름밤 후지락페스티벌의 분위기와 너무너무 잘 어울렸고, 1년 치 도파민 다 충전해버린 갓벽한 시간이었습니다···❤

🎸 마무리

공연이 자정에 끝나서 1시쯤 심야 버스를 타고 기절했다가, 새벽에 신주쿠역에서 내려 첫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지하철 첫차 기다릴 때 정말 피곤해서 돌아가실 지경이었지만, 알차게 놀고 와서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후지락페스티벌은 초록초록한 풍경 속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자연과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께 매우 매우 추천합니다! 다른 락페스티벌처럼 슬램도 하지 않아서 다칠 위험도 적고, 얌전히 음악 듣는 분위기라서 내향인이 입문하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가는 길도 험난하고 걷다가 다리가 뽀개질 것 같았지만··· 친구와 저는 아직도 이 추억으로 살고 있어요! 저희는 락페가 주는 도파민에 중독되어서 가을에 친구들을 더 모아 모아 3일 동안 부산에서 놀다 왔습니다.^_^ (부산락페스티벌도 너무 좋았어서 추천합니당.>_<)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진다면 내년 여름에는 락페스티벌로 떠나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년에 또 올 수 있을지. ㅠ^ㅠ
좌석이 직각이었던 인당 14만 원짜리 버스···.
가짜 잠자리 vs 진짜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