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문해력
안녕하신가요?
글. 편집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문해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연 영상 및 이미지 콘텐츠와 단문 위주의 SNS 소통에 익숙한 현시대 직장인의 문해력은 안녕할까? 보고서와 기획안 등 각종 문서와 비즈니스 메일 앞에서 작아지는 직장인의 문해력, 피할 수 없다면 깨우쳐보자.
문해력이 뭐길래
‘명징하게 직조한’ 표현부터, ‘심심한 사과’와 ‘하루 이틀 삼일 사흘’까지 문해력 저하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화제가 되었던 앞선 사례들은 기사화되면서 과장된 면이 있는데, 문해력은 단순히 어휘력 부족 문제만으로 판단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해력(文解力, literacy)은 어려운 한자 표현을 많이 알고 단어와 문장의 뜻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고 평가한 뒤 이를 필요에 맞게 능숙하게 활용하는 더 넓은 영역에 해당한다. 즉 문장 속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과정은 물론, 지식을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역량이다.
현대의 언어환경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이행되고 있다지만 정보를 읽고 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줄글로 된 시험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부터 다양한 계약서와 안내문을 읽고 처리해야 하는 성인까지 문해력은 시대와 대상을 정하지 않고 요구된다. 특히 무분별한 가짜뉴스가 넘치고 정보 검색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디지털 문해력은 더욱 대두되는 중이다.
문해력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을 책임지고 사고방식을 좌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해력은 단절과 대립의 시대에 화해의 수단으로써 그 의미를 확장하기도 한다. 문장에 깃든 타인의 관점을 살피고 다채로운 세상을 읽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말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가 문해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직장인 업무 문해력을 갖춰야 할 때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으로 문장 해석과 구사는 더 이상 인간의 독점적인 영역이 아니게 됐다. 어려운 질문에도 술술 답하고, 길고 복잡한 텍스트도 깔끔하게 요약하는 똑똑한 인공지능은 전문직을 비롯한 기존의 사무직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당장 인공지능의 등장을 차치하더라도, 사무직은 물론 기술직까지 직장인의 업무에 있어 문해력 부족은 큰 문제다. 직장인의 의사소통 과정 대부분은 보고서, 기획안, 회의록, 메일 등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약하면 자연히 업무 효율성은 떨어진다. 예컨대 ‘명일’, ‘차주’, ‘품의’, ‘배상’과 같은 어휘를 알지 못하면 엉뚱한 기한 내 일을 처리하거나 비즈니스 예절에 어긋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요점을 명확히 드러내야 하는 보고서 및 기획안 작성과 다량의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시장 조사 과정에서도 문해력은 발휘된다.
이렇듯 문해력이 곧 직장인의 필수역량인 것을 알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낮은 문해력을 고충으로 꼽는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현대인 1,3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2021)에 의하면, 현대인의 과반수는 문해력 부족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누구나 읽고 쓰는 글이지만 유독 직장에서 마주한 글들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래는 자신의 업무 문해력을 점검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이다.
직장인 문해력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7
잘 읽고 잘 해석해
‘프로 일잘러’ 되는 법
일을 한다는 것은 곧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으로, 직장인이 처리하는 각종 업무의 핵심은 결국 문제해결 능력에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를 살피고, 원인과 대처방안을 떠올려야 하며, 이를 글로 정리해 공유하는 과정을 따라야 한다. 이때 읽고, 생각하고, 쓰는 문해력이 개입되지 않는 곳은 없다.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표적으로 꼽는 것은 단연 독서다. 다만 무작정 많이 읽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 생각에 집중하며 깊이 있게 읽기를 권한다. 글 전체의 맥락을 짚어 흩어진 정보들을 연결하며 넓게 읽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앞으로 이어질 글의 방향을 예측하면서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제안서, 기안, 비즈니스 메일 등 문서 작성과 해석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면 글을 구조화하고 요약하는 연습을 해보자. 글에서 가장 주요하게 설명 및 설득하고 있는 바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사례를 한눈에 들어오도록 도식으로 표현하거나, 붙임 파일부터 제목까지 다양한 구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문장 내지 세 문장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직장인의 글은 작성자를 대신해 상사부터 동료, 클라이언트, 고객까지 만나며 ‘일하는’ 또 다른 주체이다. 타인에게 잘 읽히는 글을 쓰고, 타인의 글을 잘 읽어내는 능력을 갖춘 직장인이 곧 ‘프로 일잘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탄탄한 문해력, 이제는 직장생활의 쓸모 많은 치트키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