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CULTURE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하다,
'올드머니(Old Money)' 트렌드

. 편집실

그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Y2K' 트렌드의 다음 타자로 지목되고 있는 '올드머니' 트렌드. 내가 번 돈인 '뉴머니(New Money)'가 아닌, 가문에게서 물려받은 돈을 의미하는 '올드머니(Old Money)'는 떠오르는 메가 트렌드로서 패션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넓은 분야에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패션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올드 머니 트렌드의 부상

  • 스스로 일궈낸 부가 아닌, 물려받은 부(Wealth that has been inherited rather than earned)를 의미하는 올드머니(Old Money). ‘벼락부자’나 ‘졸부’로 일컬어지는 ‘신흥 부자’를 상징하는 ‘뉴 머니(New Money)’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개념이다. 뉴 머니와 달리 올드 머니는 가진 것들을 대놓고 과시하기보단, 유구한 시간 동안 구축된 재산과 전통을 은은하고도 조용하게 드러낸다. 여러 대에 걸쳐 예술 분야에 투자하며 문화 자산을 쌓거나, 기부와 자선에 나서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자신들의 위상을 지켜왔다.
    미국 내 Z세대 사이에서 시작된 올드 머니 트렌드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나 다가올 2024년은 패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문화, 경제 등 전방위에서 올드 머니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골프와 테니스 같은 귀족 스포츠를 취미로 삼고,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며, 호화 리조트에서 보내는 여행과 오마카세에서의 식사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럭셔리한 취향은 올드 머니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올드 머니가 가장 뜨겁게 사랑받는 곳은 패션계다. 올드 머니는 MZ세대의 옷장을 점령했던 ‘Y2K’ 다음으로 지목되는 패션 테마다.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대표 브랜드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막스마라’, ‘폴로’와 같은 브랜드의 매출은 급성장했고, 많은 브랜드들은 다가올 시즌 컬렉션에 올드 머니 컨셉를 반영하고 있다. Z세대가 사용하는 틱톡에는 ‘올드 머니 룩’이 신선한 화제로 떠올랐고, 인스타그램에는 AI 아트로 재창조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펠리(@feli.airt)’의 스타일링이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 핫한 셀럽들은 눈길을 끄는 올드 머니 룩을 선보이고 있다.

    • 미디어 재벌 일가의 이야기를 담은 HBO의 TV 시리즈
      '석세션(Succesion)'의 흥행으로 점화된 올드 머니 패션

    • 올드 머니 무드를 선보이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펠리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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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플하고 고급스럽게,
    떠오르는 드레스 코드 올드머니

  • 올드 머니 패션의 핵심은 드러낸 듯 드러내지 않은 듯한 ‘부티’, ‘귀티’다. 이는 우리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인데, 뉴 머니가 큼지막한 로고와 화려한 스타일로 멋을 낸다면, 올드 머니는 반대로 보수적이고 조용하게 자신들의 수준을 드러낼 거라는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우아하게 보이는 방법을 배우고 행해왔을 것만 같은 상류층들이 내는 이 무드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때문에 올드 머니 패션이라고 하면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자켓이나 구두를 갖춘 착장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무채색에 가까운 차분한 모노톤, 기본에 충실한 고전적인 디자인, 느슨한 실루엣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뽐내는 올드 머니 룩의 특징이다. 심심할 법한 룩에 포인트를 주는 것은 요란한 색과 패턴보다는 진주와 다이아몬드 같은 주얼리다. 귀족층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테니스 룩과 크루즈 룩도 함께 인기를 끄는 추세다.
    또 중요한 것이 바로 품질인데, 주로 캐시미어, 트위드, 리넨, 데님처럼 클래식한 소재를 활용하고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마감처리로 패션의 완성도를 높인다. 패스트 패션이 야기하는 환경파괴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에, 어쩌면 올드 머니 패션은 보다 지속 가능성을 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드 머니 룩을 위해선 시대를 초월하는 질 높은 아이템으로 자신을 세련되게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품질을 추구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기회를 주기도 한다.

    • 왕실의 예법을 갖춰 올 블랙 룩을 선보인 다이애나 스펜서(Diana Frances Spencer)

    •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아이콘인 캐롤린 베셋 케네디(Carolyn Bessette Kennedy)

    • 올드 머니 패션으로 스타일을 바꾼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 Z세대 올드 머니 패션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소피아 리치(Sofia Richie)

    트렌드는 사람들이 동시적으로 느끼는 욕망에 근거를 두고 보통 욕망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 갖기에 더 어려운 것에 반응하는 법이다.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부의 양극화로 좌절감과 불안감을 경험한 이들은 이번 생에서 이룰 수도, 또는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뉴 머니’를 쫓기보다, 대대로 지켜진 견고한 부를 상징하는 ‘올드 머니’를 선망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망을 단순히 허영과 망상이라고 치부하면 될까? 도에 지나치지 않는다면, 올드 머니 트렌드는 어떻게든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대응일 수 있다. 진짜 올드 머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올드 머니의 패션, 취미,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슬기롭게만 활용한다면, 올드 머니 흉내 내기는 비교적 작은 사치로 현실에 만족감을 더하는 방법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