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3

알아두면 쓸모있는 법률 뉴스레터 9편


글, 법무실 오승석 계장

“다음 주에 출근 안 하면 그렇게 알아라.”

다들 평일에 복권을 사고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다음 주에 출근 안 하면 그렇게 알아라.”라고 허세를 부려본 적이 한 번쯤 있을 텐데요, 저 역시도 금요일쯤 동기들에게 다음 주 출근 안 하면 그런 줄 알라고 하고 대차게 퇴근한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물론 토요일 밤 로또 번호를 맞춰보고 그 다음 주 월요일에도 열심히 출근했습니다.

2025년 2월 21일 자 문화일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시중에서 취급되는 복권 5종(총 12개)의 올해 판매 예상치는 7조 6,879억 원으로 지난해(7조 3,349억 원) 보다 3,530억 원(4.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복권은 한국 사회에서 희망과 기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요, 복권의 판매 금액은 매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복권의 기금은 저소득층 지원사업과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공익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기에 덩달아 이런 복권기금 또한 역대 최대로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셋이서 함께 긁은 복권이 5억 원에 당첨되었다면 그 금액은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까요? 긁은 사람이 전부 가져야 할까요? 아니면 복권 살 돈을 낸 금액에 비례에 나누어야 할 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세 명이 1/3씩 공평하게 나눠야 할까요? 이에 대해 흥미로운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판례가 있어 한 번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1. 1. 당첨금을 나누어야 하는가?

    갑은 평소 친분이 있던 을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종업원 병에게 2천 원을 주면서 즉석복권 500원짜리 4장을 구매해달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병이 2천 원어치 즉석복권을 사오자 또 다른 종업원 정까지 총 4명이 복권을 긁었고, 을과 병이 긁은 2장이 각 천 원씩 당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다시 500원짜리 복권으로 4장으로 다시 바꾸었고 각자 한 장씩 긁었고, 을과 병이 긁은 복권이 각 2천만 원씩 총 4천만 원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러자 욕심이 난 갑은 혼자 이를 독차지 한 후 을, 병, 정에게는 당첨금을 배분하지 아니하고 도망가자, 병은 갑이 당첨금을 횡령하였다고 고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피고인 갑이 복권 구매 비용을 지불했고,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확인만 도와준 것으로 보아 복권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있기에 당첨금은 피고인의 행위가 횡령이라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당사자들이 평소 친숙한 관계였고, ②복권 가격이 1장 당 500원으로 소액이었으며, ③처음 당첨되어 4장으로 바꾸어 온 복권을 다시 각자 한 장씩 함께 나누어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당첨금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4335판결). 따라서 대법원은 당첨금은 4명의 공유라고 봄이 상당하여 피고인 갑은 당첨금의 1/4을 을, 병, 정에게 반환하여야 하나 그렇지 아니하고 거부하는 이상 횡령의 고의가 있기에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채권의 경우 민법 제408조에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유자간 균등한 비율로 권리를 가집니다.)

    만일 갑이 처음 구매한 복권을 명시적으로 각자에게 한 장씩 증여 또는 양도했거나, 복권 긁는 일을 도와준다면 당첨액의 몇 퍼센트를 주겠다고 의사를 밝혀 당첨금 공유의 의사가 없었음을 명백하게 하였다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을 겁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에피소드의 실제 사례도 흥미로운 판결입니다. 2007년 4월, 대구의 한 불법 도박장에서 7인이 포커 게임을 하던 중, A는 판돈 일부를 떼어 로또 14장을 구입한 뒤 2장씩 나눠 가지자고 하며, ‘당첨자는 당첨금의 절반을, 6명은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다’라는 구두 약속을 게임에 참여한 7인이 했습니다. 이중 C가 1등에 당첨되어 52억여 원의 당첨금을 받게 되어 C외 6인은 C에게 약속대로 당첨금 일부를 달라고 했으나, C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결국 6인은 C에게 당첨금 분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C는 재판에서 ①당첨 시 분배의 대상자 및 분배대상이 되는 로또 복권의 순위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여 분배약정이 무효이며, ②그러한 약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도박행위로 나온 자금으로 구입한 로또복권의 당첨금을 분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하며(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판결), 도박은 지나치게 사행적인 행위로서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이기에 그 도박 판돈으로 로또를 구입하는 것 역시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구고등법원은 당첨된 복권은 그 당첨 순위에 상관없이 같은 날 도박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분배되는 것으로 정한 것이기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복권의 구입대금이 도박자금에 나온 것이라고 하여 그 복권의 당첨금의 분배에 대한 약정까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도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09. 4. 23. 선고 2008나5678). 즉 이러한 경우 구두라 할지라도 당첨금을 명시적으로 나누겠다고 당첨금 분배약정이 성립하였기에, 구체적으로 각자의 지분이 특정되었고 법원은 이에 따라 당첨금을 서로 나눠 가지기로 한 약정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2. 복권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결들

    2014년 5월, 부산가정법원은 이혼사건에서 로또 당첨금은 개인의 행운에 의하여 취득하였을 뿐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의 특유재산이라고 봄이 상당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또한 서울가정법원역시 2004년 7월, 2002년 7월에 협의이혼한 A씨가 2003년 1월 전배우자인 B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어 당첨금 65억여원을 받자 당첨금 절반에 대한 재산분할과 추가위자료를 요구하자, 부부일방의 특유재산은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며, 청구인이 복권을 구입한 돈이 자신이 번돈이거나 가사 노동의 대가가 반영돼 있는 돈이고 복권용지에 번호를 자신이 기재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부부 공동협력에 의해 이룩한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 두 하급심 판례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부부 중 누군가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물이기에 특유재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유재산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서, 민법 제831조에 따라 부부 중 일방이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합니다.

    로또의 당첨은 행운이라서 그럴까요? 대법원은 2024년 2월 무속인 ㄱ씨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2억 4천만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2년을 확정했습니다. ㄱ씨는 로또 복권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받아 냈으나 실제 굿은 하지 아니하였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로또 당첨을 빙자한 ㄱ씨의 행위가 단순 종교행위를 넘어 기망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무속인을 찾은 사람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 관련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 명목으로 대가를 받는 다면 전통적인 관습이나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였습니다(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7104판결).

  3. 3.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앞서 살펴본 판례들을 고찰해보면 행운은 잘 준비되어야만 분쟁의 여지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권을 살 때 그 복권의 당첨금이 누구에게 속하는 것인지, 분배할 금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확정해 둔다면 법원에서 서로 간 얼굴을 붉히며 싸울 일은 없을 것입니다. (회식 후 로또 한 장씩 나눠주며 ‘당첨되면 외제차 한 대 사줘’라는 말보다는 구체적으로 모델명과 옵션까지 명시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로또는 굿으로도 만들 수 없는 행운의 결과물입니다. 다만 그 행운을 진짜 자기 인생의 행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쯤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라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모두 행운을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