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약관의 정의
약관은 계약의 한쪽 당사자(사업자가 약관을 제시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므로 이하에서는 이 형태를 전제로 합니다)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합니다. 약관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표준화된 대규모 거래가 다수 존재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분양 계약서, 버스운송 약관, 콘도회원 약관, 놀이공원 이용 약관, 온라인 서비스 이용약관, 대출 약관, 보험 계약 약관, 통신 서비스 약관 등이 흔히 접하는 약관의 예시이며, 이러한 약관들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하고, 분쟁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계약’은 두 당사자가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약속하는 법적 합의라고 생각하시면 무방합니다. 다시 말해, 약관은 계약의 일종으로 양자 모두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법적 문서라는 점에서는 계약과 공통점이 있지만, 상대방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계약과 차이가 있고, 이렇듯 약관을 도입하는 이유는 반복적이고 일률적인 거래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된다는 특징 때문에 약관의 내용이 공정해야 한다는 강한 요구가 파생되고,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참고로 우리 원에서 근무하시면서 자주 듣게 되는 ‘규약’은 특정 단체나 조직 내에서의 행동 기준이나 규칙을 의미합니다. 즉 규약은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단체 내부의 구성원 간에 적용되는 자율적 규범으로 해당 단체를 구성하는 특정 당사자들(참가자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법상의 약정으로 인정되는 것이어서 그 구성원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까지 구속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 약관은 공정해야 한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믿음에 기초해’약관에 동의한 뒤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사업자는 자사 약관에 동의한 자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할 권리가 있고, 사업자가 제시한 약관에 소비자가 동의하는지 여부는 계약 성립 요건에 해당합니다. 약관 개정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대부분의 서비스는 개정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거나 해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이미 경험하셨다시피 약관은 친절을 가장하며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만,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믿음의 주된 원천 중 하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또는 약관규제법 등으로 약칭)’입니다. 이 법은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적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사업자에게 약관을 고객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약관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고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의 불공정약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권고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약관의 공정성 확보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약관법 외에도 자본시장법(제56조) 및 전자상거래법(제23조) 등 여러 개별 법령이 업종별·분야별 특수성을 반영해 약관 활용과 관련한 제한사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약관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약관의 부당성 판정 기준
- □ 일반원칙으로 신의성실 원칙 위반시 불공정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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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 금지사항 위반한 조항은 불공정약관
- ▷ 사업자 면책조항 : 사업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 ▷ 손해배상액의 예정 : 고객에 부당하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
- ▷ 계약해제·해지 제한 : 고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계약 해제·해지권 제한 조항
- ▷ 채무의 이행 : 사업자의 급부내용 일방적 변경 등 조항
- ▷ 고객의 권익보호 : 이유없이 고객의 권리 배제·제한, 기한의 이익 박탈 등 조항
- ▷ 의사표시 의제 : 일방적으로 고객의 의사를 간주하는 조항
- ▷ 대리인의 책임 가중 : 부당하게 대리인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조항
- ▷ 소송상 권리의 제한 : 소제기 금지, 재판관할 합의, 입증책임 전환 등 조항
○ 불공정약관의 효력
: 당연 무효 (일부조항이 무효인 경우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게 존속)
○ 법위반시 제재조치
- ▷ 행정제재 : 시정조치(불공정약관 조항의 삭제·수정, 시정명령사실 공표 등), 과태료(표준약관 표지 부정사용 등 5천만원 이하, 약관 명시·설명의무 위반 등 5백만원 이하)
- ▷ 형사벌칙 :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시정조치 위반)
※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사업자단체, 소비자원, 소비자단체의 청구에 따라 표준약관을 심사·제정하고 있습니다. 표준약관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고객의 입장을 반영해 권리의무의 내용을 공정하게 정해 놓은 표준이 되는 약관을 말하며, 현재 77개 분야에 대해 제정·운용 중입니다. 따라서 약관을 제정하고자 하는 경우, 관련 분야의 표준약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불공정약관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 (개별적 구체적 사정이 고려된 결과이므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에 주의)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12월, 국내 주요 오디오북 구독서비스 업체 5곳이 사용한 다음과 같은 약관 조항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했습니다.
- ① 환불 제한 조항: 이용자가 유료결제를 하고 콘텐츠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거나 일부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환불을 불가능하게 한 조항
- ② 환불 방식 조항: 원 결제수단으로 환불하지 않고, 고객 동의 없이 ‘포인트’ 또는 ‘예치금’ 등으로 환불해 회사 플랫폼에 묶이게 만든 조항
- ③ 자동전환 조항: 무료 체험 기간 종료 후 별도 고지 없이 유료상품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한 조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조항이 소비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불리하게 정한 불공정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에게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명령하고, 위반 시 행정처분을 할 수 있음을 고지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자진 시정을 통해 문제 조항을 수정했으며, 이후 약관 변경 시 사용자에게 보다 명확하고 충분한 고지를 하겠다고 공정위에 보고했습니다.
※ 추가 참고사례
- ▷ 금융투자회사 약관 중 재건축·재개발 등을 위탁하는 위탁자에 의한 계약해지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을 무효로 본 사례
- ▷ 금융투자회사가 계약해지사유로 ‘경제 사정의 변화 등 기타 상당한 사유’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해지 사유를 둠으로써 수탁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계약 해지를 가능케한 부분을 무효로 본 사례
- ▷ 은행·상호저축은행이 약관의 변경 내용이 신청인에게 불리한 경우 개별 통지한다는 내용과 고객이 약관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두지 않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로 본 사례
- ▷ 은행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은행의 손해 배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약관의 변경에 대한 고객의 이의 제기 방식을 서면으로 한정한 조항, 은행의 본점 또는 지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만을 관할 법원으로 정하는 등 원거리에 사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 관할의 합의조항 등에 시정을 요청한 사례
3. 내가 약관을 제정한다면?
이번 법률뉴스레터에서는 약관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약관 제정을 검토하는 업무담당자 입장에서의 주요 주의점을 짚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표준약관을 참고
- 2)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 사용
- 3)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조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동시에,
- 4) (스스로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도록) 우리가 준수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고
- 5) 책임 범위, 해지 및 환불 규정 등 분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더욱 구체적으로 작성
- 6) 약관 변경과 관련된 통지 및 동의 의사표시 간주 관련 내용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