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CULTURE

무언갈 진심으로 좋아할 용기,
덕후들의 반란

. 편집실

좋아해도 ‘좋아한다’ 말하지 못했던 과거는 가라. 아이돌, 게임, 스포츠 등을 덕질하며 살아가는 우리.
이제는 덕밍 아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

  • 일본에서 집을 의미하는 ‘오타쿠(御宅)’는 집 안에서만 콕 박혀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오타쿠는 사회성 부족의 아이콘으로, 늘 놀림의 대상이 됐다. 이 오타쿠가 한국식 발음으로 넘어와 ‘덕후’가 된 것이다. 덕후들이 무언가에 파고드는 행위 자체를 ‘덕질’이라 부르며, 누군가 열성을 다해 덕질하면 주변에서는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숨어서 덕질하는 등 무언갈 진심으로 좋아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덕후를 안 좋게만 보는 것도 다 옛말이다.
    시간이 흐르며 덕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됐다. 기사, 뉴스, 드라마 등 주변을 돌아보면 덕후라는 명칭을 사용한 곳이 꽤 많다. ‘무언가에 빠져 그것에만 목매어 사는 사회 부적응자’라는 뜻이 희석되어 단순히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즐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어떻게 긍정적인 인식으로 뒤바뀌게 된 걸까?
    바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현상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점차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덕질이 평가의 대상이 되기보단 행복 수단으로 더 크게 자리잡았다. 여기에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려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기면서 덕밍 아웃(주위에 자신의 덕질 성향을 알리는 것)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인식이 개선되면서 그 분야도 점차 넓혀갔다. 이전에는 만화와 게임, 연예인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음식, 스포츠, 영화 등 장르의 장벽이 무너졌다. 무언갈 좋아하기만 하면 되니, 덕질만큼 쉬운 것이 따로 없기 때문에 장르의 무한성이 어마어마하다. 계층도 마찬가지다. 주로 10대와 여성에 분포됐던 덕후 층이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전체적으로 확산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년 덕후들이다.
    어느새 중년 덕후들이 소비 트렌드의 핵심이 됐다. 10대 덕후에 비해 시간도 돈도 상대적으로 많은 중년 덕후는, 좋아하는 분야에 조건 없는 사랑으로 소비문화의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열풍이 그 예다. 기존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덕질이 남녀노소 확산되며 하나의 경제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분야 계층 사회적 시선
    기존의 덕후 만화, 게임, 연예인 10대, 여성 다소 부정적
    현재의 덕후 취미 전반 모든 계층 개인의 성향
  • 방구석 트렌드세터

  • 코덕(코스메틱 덕후), 뮤덕(뮤지컬 덕후), 빵덕(빵 덕후) 등 덕후가 다양한 분야에 출몰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업에서 이를 놓칠 리 없다. 이미 덕후의 심리를 겨냥할 ‘덕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화장품 회사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 디즈니와 컬래버 에디션을 출시해, 제품을 매진시키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했다. 각종 굿즈 판매는 물론이거니와 이벤트, 팝업, 광고 등 덕후 마케팅 산업의 방향은 다양하다. 또한,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 기념 카페 투어(생카 투어), 빵 덕후들의 빵집 탐험(빵지순례) 등 관광 산업에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
    기업 입장에서 덕후는 더 이상 한 소비자의 특성이 아닌, 공략해야 할 소비 집단과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덕후 소비자에 의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생기고, 이 소비 트렌드에 기업이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즉, 덕후들은 방구석에 가만히 있어도 트렌드가 자신을 따라온다. 마치 손바닥 뒤집은 듯 기존 덕후와는 확연히 다른 처우다.
    앞으로 덕후들은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며, 기업들은 이들을 일부 특정 소비자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함께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대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시작일 뿐인 덕후들의 반란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