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장르,
재즈(Jazz) 속으로
글/사진. 편집실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여물어 간다는 것은 재즈(Jazz)의 계절이 돌아온다는 것. 다가오는 가을엔 기분 좋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자유와 낭만이 흐르는 재즈에 취해보자. 알고 즐기면 더 매력적인 재즈 지식부터 마침 다가오는 국내 재즈 페스티벌까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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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함께
들썩인 시대 -
유럽에 비해 척박하다고 평가되었던 미국 문화에 꽃처럼 피어난 재즈는 미국의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국 고유의 대중음악이다. 유럽의 음악적 틀에 서부 아프리카계 특유의 독특한 음악성이 가미된 재즈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있다. 그렇다면 재즈의 시작은 어땠을까? 재즈의 여정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 중남부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된다. 당시 백인과 같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수준을 보장받았던 유럽계 백인과 흑인의 혼혈 자손인 ‘크레올(Creole)’들은 남북전쟁을 끝으로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짐 크로우 법’에 따라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때 그들은 자연스레 뉴올리언스 거리의 흑인 음악을 접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블루스, 가스펠, 라틴 음악이었다. 크레올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연주했던 클래식 음악과 이를 접목시키며 ‘래그타임(Ragtime)’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흑인 음악과 래그타임이 어우러져 탄생한 재즈는 1920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시카고에서 화려하게 도약한다. 전쟁 후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게 된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지고, 미국의 밤은 날마다 밀주와 흥겨운 무대로 열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금지된 밤에 빠질 수 없는 재즈는 일명 ‘황금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전성기를 맞는다.
이후 1929년 대공황을 거치고 미국이 다시금 경기를 회복하며 새로운 흐름의 재즈인 ‘스윙’이 유행한다. 사람들은 리듬이 강조된 흥겨운 스윙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이때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 베니 굿맨(Benny Goodman)을 필두로 흑인이 아닌 백인 뮤지션이 등장하며 대중화를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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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변모해온
재즈 -
1940년대 중반 악보를 보고 반복하는 스윙 빅밴드 음악으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재즈계는 비밥(Be Bob)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소규모로 재편된 비밥 밴드 안에서는 현란하고 즉흥적인 독주가 허락되었는데, 이제 더 이상 재즈가 춤을 위한 반주 음악이 아닌 연주자의 창조성을 극대화한 음악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1950년대 중반에는 하드밥(Hard Bob)도 비밥과 함께 모던 재즈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비밥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어둡고 열정적인 선율을 보여주는 하드밥은 흑인 특유의 블루스와 가스펠 성향이 묻어나며 멜로디 라인이 선명한 경향이 있다.
비슷한 시기 ‘핫 재즈’라고도 불리던 하드밥과 대조되는 재즈가 바로 ‘쿨 재즈(Cool Jazz)’다. 쿨재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압축적이고 절제된 차분한 멜로디를 추구했다. 비브라토와 세련된 화성을 활용해 비밥이 다소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다.
한편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예술성에 몰입한 비밥과 하드밥이 주축이 된 재즈는 서서히 대중과 멀어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위기는 재즈 바깥의 다른 장르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이를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1970년대의 퓨전재즈(Fusion Jazz)다. 퓨전재즈는 주로 재즈에 락 장르 요소를 섞은 재즈 록 퓨전(Jazz-rock Fusion)을 말한다. 당시 퓨전재즈를 주도했던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는 일렉트로닉 악기를 사용하거나 트럼펫에 전기 코드를 꽂기도 하며 과감한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면 애시드 재즈(Acid Jazz)가 대세로 떠오른다. 힙합, 펑크, 알앤비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재즈로 녹여낸 하이브리드 장르인 애시드 재즈는 그루브하고 도시적인 느낌이 매력으로 클럽, 라운지, 카페 등 장소에서 배경음악으로 사랑받았다.
가을을 여는
재즈 플레이리스트 4
Bill Evans - Waltz For De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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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계의 쇼팽으로 불리곤 하는 빌 에반스는 서정성과 감미로움을 크게 부각시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유의 작곡 기법이 유명하다.
Thelonious Sphere Monk - Straight No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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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 장르를 이끈 델로니어스 몽크는 위트있는 리듬과 멜로디가 특징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Chet Baker - I Fall In Love Too Eas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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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에 젖은 듯한 트럼펫 소리와 외로운 영혼을 달래는 목소리의 쳇 베이커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재즈 바이닐 레코드 열풍에서 가장 주목 받는 뮤지션이다.
Ella Fitzgerald - M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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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할러데이, 새러 본과 함께 재즈계 '3대 디바'로 불리는 엘라 피츠제럴드는 재즈의 상징 ‘스캣’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재즈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재즈 페스티벌이 있는
어느 멋진 가을날
여름의 열기가 한 김 식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즐기기 좋은
국내 재즈 페스티벌 3개를 소개한다.
제20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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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토) ~ 2023.10.08.(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및 가평 일대누적 관객이 290만 명에 달하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페스티벌이다. 매년 국적과 세대를 초월하는 뮤지션으로 라인업이 구성되며, 북한강과 자라섬의 자연적인 공간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다.
한 국가를 집중 조명하는 '포커스 컨트리' 프로그램의 올해 주인공은 캐나다가 될 예정이며, 리처드 보나, 줄리언 라지, 비렐리 라그렌 등 다양한 해외 팀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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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토) ~ 2023.09.24.(일)
서울숲공원 및 성동구 일대2017년에 시작을 알린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서울 한복판 도심 속 숲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축제다. 올해 메인 공연에는 윤석철트리오, 송영주 콰르텟, 스텔라 장, 죠지 등 최정상의 재즈 뮤지션은 물론 카리나네뷸라, 선우정아 등 보컬리스트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또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즉흥연주를 들을 수 있는 클럽 잼데이 ‘더클럽’과, 성수 아트홀에서 아티스트와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더시어터’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재즈 드 아난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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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07.(토)
부산 기장 아난티 코브 및 빌라쥬 드 아난티 야외 및 실내 공연장아난티가 진행하는 첫 번째 재즈 페스티벌로, 부산 바다의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야외무대에서 낭만적인 재즈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쾌적한 실내 무대와,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영화 음악을 재즈로 편곡하여 들려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이날은 윤석철, 유라, 옥상달빛 세진, 소란, 정기고 퀸텟 등 국내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전시, 쇼핑, 체험이 모두 가능한 아난티 코브와 빌라쥬 드 아난티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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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흐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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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즉흥성에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오직 그 순간에만 일어나는 모든 감각에 집중해 음악을 창조하는 즉흥연주는 삶의 많은 것들을 틀 안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재즈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연주를 깊이 느껴보자. 자신만의 문법으로 세상을 읽으며 개성을 추구하고, 스스로 원칙을 세워나가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도전에 기꺼이 응하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반복, 변주, 즉흥, 감각, 개성, 자유를 누리고픈 모든 이에게 재즈는 과거와 현재를 넘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